Writing/추억 속으로

컨츄리 꼬꼬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44

030619



어떤 집을 방문했는데

장닭 한마리 어슬렁거리고 다닌다.

 

저늠은 분명 촌닭

압력솥에 넣어 푹 고으면

쫄깃쫄깃 나긋나긋 맛있을 거야.

우리는 가끔 폐계를 사가지고 와서

압력솥에 고아 먹는다.

퍼석살이 없어서 맛있지만

압력솥이 아니면 질겨서 먹기 힘들다.

 

오래전에 일인데

풍기에 있는 동서가 올라 오란다.

뭔데?

풍기장날이어서 촌닭 한마리 사 놓았단다.

둘이서 고아 먹잔다.

(흐이그 조아라.)

물론 쇄주도 있겠지.

 

그래서 부랴부랴 풍기로 올라갔겠지.

우리 집에서 동서집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그때는 차도 없어 버스를 이용해야 했으니까.

 

그래...

동서집에 도착하니

문 옆에 중닭 정도 되는 장닭 한마리 묶여있는데...

아직도 잡지않고 있을까...?

뮈했지? 그동안...

 

그런데 어째...

동서의 인상이 시무룩한 같아.

????

 

푸짐하게 먹으려고 큰 놈을 사가지고 왔는데

나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그 놈의 닭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달아났다지 뭐에여.

엉 그래서?

놓아서 기르던 닭이어서 얼마나 잘 달아나던지.

어???

아무리 쫓아가봐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서 포기를 했다네요.

 

그런데 어째요.

나를 불러놓고 그냥 보낼 수 없으니

다시 사왔다는 것 아닙니까?

 

푸핫핫...

웃어야 하는 순간 아닌가...?

 

에구 아깝겠다.

같이 시무룩....

닭 쫓던 개라더니 푸후후...

닭 쫓던 권서방. 지붕은 그만 쳐다 보게나..

덕분에 닭 값 더 들었겠군.

 

달아난 닭은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우린 새로 사온 닭을 고아서

쇄주 곁들여 잘 먹었겠지.

 

산으로 들로 항상 같이 다니며 놀았던 권서방

고기를 잡으러...

수석을 주우러...

여행을 할 때도...

내사랑 내곁에를 즐겨 부르던 권서방

고인이 된지도 10년이 더 넘었겠다.

촌닭 때문에 옛생각 한번 했네...

 

그러면 달아난 닭은 어떻게 되었을까?

 

녀석은 회귀본능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슬슬 나타나더라 이거야.

우리는 막 뛰어나갔지.

 

마침 피브시 파이프가 있길레 들고서 뛰어갔지.

그놈 참 빠르데

직선 달리기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더라.

마침 앞에 무슨 장애(혹은 동서)가 가로막았는지

반원들 그리면서 달아나더군.

나는 반원 마주칠 부분을 계산해서 질러갔더니

 

이녀석 깜짝 놀라며

방향을 선회 어떤 열린 집

(참고로 동서네 집은 들판이 많은 한적한 곳이었음)

대문으로 쏙 들어가더군.

 

따라 들어가 보니 담으로 싸인 마당에 그 놈이 있는데

닭도 진로가 막힌 것을 알고는 담위로 날아오르려고 폼을 잡더라.

그 순간 피브시 파이프로 내려쳤지.

나무관세음...

설맞은 닭이 다시 날아오르려고 하네.

다시 한번 휘둘렀지. 네.. 안타 안타 아니 홈런 홈런...

 

닭은 쭉 뻗더군요.

더블 나무관세음...

 

무척 큰 놈이더군...

그리고 나는 집으로 왔고

닭은 나중에 정신을 차리더레요.

부모님께 가져다 드렸데나 어쨌다나...

 

음....

나의 모든 사랑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어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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