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3
이렇게 바둑 세계의 무서움을 실감하지만...
내 바둑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급 정도씩 늘었던 같다.
초보였으니 그렇긴 하지만.
우리 막내 삼촌도 바둑을 무척 잘 두셨다.
저녁에 퇴근하고 오시면 바둑판을 가져다가
삼촌 앞에 놓는다.
몇점?
16점이다.
아휴 절대 안 당하려고 했는데...
또 말이 하나 죽는다.
이쪽도 코피 저쪽은 옆구리...
속이는 수법이 다양하다.
엑 또 속았네...
임마 이건 수야...
먼 수 꽁수.....
음... 분하다.
아무리 안 당하려고 해도 안 되네.
그래도 근근이 13점까지 내려놓았는데
그 이하는 죽어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삼촌과의 바둑은 13점까지로 마무리 짓고...
수삼년 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현재 삼촌께서는 나에게 선치수이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두어보니 내 바둑은 엄청 늘어 있었다.
삼촌에게서 겨우 3점밖에 못 내렸지만
밖에서 실감되는 치수는 10점 정도는 되는 같았다.
동네 형이 있었는데...
첨에는 내가 4점을 놓았지만
내가 4점을 접어줘도 겜이 안 된다.
그 형은 그 이후로 바둑을 두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때부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바둑 두는 곳은 모두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다음부터는 어디서 어떻게 내가 활약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우리 지엄하신 아버지로부터 바둑판이 시궁창으로 던져지는 그런 상황도 겪게 되고.
가슴 아프게도 내 추억에서 잊고 싶은 세계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나는 서울 어디에서 눈물을 삼키는 10년여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도 나타나는 잊어버리고 싶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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