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1
친구 동네 앞이다.
마루에서 누가 바둑을 두고 있다.
에고 에고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어른들이라서
직접 훈수는 못 들고.
친구에게 자꾸 말을 하였다.
저건 어떻고
요긴 저렇고...
친구는 나만 쳐다보면서
존경스러운 눈치를 보인다.
햐 으쓱 으쓱
나의 옆구리 훈수는 계속되었는데...
이윽고 바둑이 끝났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른다.
그 중 한 분이 나를 부른다.
당황.....
한 판을 두자네요.
옳거니
님은 잘못 걸렸군요. ㅋㅋㅋ
이야 요거...
잡힐 듯 잡힐 듯...
아니 아니 어느새 내 말이 잡히고 있자나.
이런 변이 있나.
아무리 헤어나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그 기세당당하던 훈수 실력은 어디로 가고...
어쩔 줄 모르는 그대여...
비참한 나의 모습
쥐구멍은 어디메뇨..
그야말로 박살이 나고 일어서는 나의 모습은
아마도 얼마나 처량했을까...
모름지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나니
나는 그 법칙도 모른 체
회돌이 정도 겨우 알고
- 세상 바둑이 모두 내 손아래에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 김수영 프로의 말 중에 한 마디...
- 프로기사실에 스님이 한 분 찾아왔단다.
- 여기서 제일 잘 두는 분 나와서 한 수 지도받으라 하시더란다.
- 그래서 프로와 한 판 두게 되었는데 정말 형편없는 바둑이더란다.
- 스님이 말하기를 자기 스승 이외에는 세상에 자기를 당할 자가 없는 줄 알았는데...
- 얼마 후에 자기 스승과 둘이서 나타나셨더래요.
- 그 스승님은 도대체 자기 제자를 꺾은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했겠죠.
- 그래서 스승님과 바둑이 전개되었는데...
- 이런 이런 스승님도 비참하게 깨어지고...
- 오오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 아아...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 우물 안 개구리...
## 04.07.01. 21:47
너무 좋은 내용이네요....
##### 04.07.01. 21:55
큭..초류향님 글은 재미있어요..^^
####(#####) 04.07.01. 22:33
^^
######### 04.07.01. 23:35
아, 그 스님과 제자 얘긴 저도 들었어요. ^-^; 웃긴 사제;;;;
####(####) 04.07.01. 23:48
푸하하하하.....^^;; 너무 잼잇네여..
#### 04.07.02. 09:45
흐음...축도 모르는 지를 보고 한말 같습니다..좋은글 감사..
#### 04.07.02. 14:10
저도 아직 축을 모릅니다.. 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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