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아내의 빈자리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12

970200




마누라

일요일 아침
아내는 분주하다.
서울,
이종사촌 잔치에 참석키 위해
동동동
우리 남은 식구의 음식을 미리 만드느라
덜그락 달그락

-빨리 안 가고 뭐하노
시계를 훔치며 일성하는 지아비 소리에
야속다는 듯 흘기며
딸에게 수번을 반복 당부하며
훌적
빈자리를 남겼다

일곱살박이 막내둥이는
아직 꿈속에 있고
이제 중학생인 둘째딸은
공허히 나만 쳐다본다.
엄마를 따라간 큰 딸의 자리는
이불자락만 지키며 누워있다

문득
같이 갈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며
나는 출근 채비를 한다
둘째딸이
아빠의 밥상을 차려온다

미안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밥을 떠본다
-밥을 너무 많이 펐어-
국에 젓가락이 간다
-국이 벌써 다 식었어-
나는 말없이 밥을 먹는다
나는 얼른 수저를 놓겠다고 생각한다.


97년 2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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