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200
마누라 일요일 아침 아내는 분주하다. 서울, 이종사촌 잔치에 참석키 위해 동동동 우리 남은 식구의 음식을 미리 만드느라 덜그락 달그락 -빨리 안 가고 뭐하노 시계를 훔치며 일성하는 지아비 소리에 야속다는 듯 흘기며 딸에게 수번을 반복 당부하며 훌적 빈자리를 남겼다 일곱살박이 막내둥이는 아직 꿈속에 있고 이제 중학생인 둘째딸은 공허히 나만 쳐다본다. 엄마를 따라간 큰 딸의 자리는 이불자락만 지키며 누워있다 문득 같이 갈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며 나는 출근 채비를 한다 둘째딸이 아빠의 밥상을 차려온다 미안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밥을 떠본다 -밥을 너무 많이 펐어- 국에 젓가락이 간다 -국이 벌써 다 식었어- 나는 말없이 밥을 먹는다 나는 얼른 수저를 놓겠다고 생각한다. 97년 2월 어느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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