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우리 자신도 걔네들의 고향일 터이니...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14

2002.02.13(어떤 블로그에서 찾아옴)



휴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 할배다...

헉 이늠이 항렬이 더 높다고...

할 수 없지머..


그래 어떤 일?

중학 동기 ....

아아 알았어...

설에 사는 동기인데

부친 상이라네


부고는 전해들었는데

어떻게 할까...

상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음 얘도 마침 종씨라서

어릴 때는 항렬 가지고 싸운 적이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기억력 둔한 내가 잊어먹고 있다가

퇴근하여 집에 다 가서야 아차 싶었다.

다시 돌아서서 초상집을 향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본다.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오지머.


초상집 병원 지하이다.

안쪽을 들여다 보니

어떤 상주가 내가 아는 상주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30년이 훨씬 넘은 이 시점에 어린 흔적을 찾기가 쉬울리가 있겠냐만...


망인에게 2배하고...

상주를 향해 맞배 하고...

동기의 이름을 불렀다.

어렴픗이 너 아닐까 했는데

역시 너가 나다고 그런다.

그래그래 너 나 알아?

갸도 갸우뚱 한다.


나는 누구다라고 말하니 아하 하다가 갸우뚱...

그래 기억을 살려 주니

언득 기억이 나기는 나는가 보다.

니랑 나랑 항렬 가지고 싸웠자나

그제야 오랜 된 기억을 생각해 보나 보다.


옆에 술자리를 권한다.

얘들은 누구쥐?

도무지 기억 안 나는 얼굴들이다.

혼주와 혈연 관계가 있어 상복을 입고 있는 하나는 고등 동기이고

또 하나는 중학 동기라는데


몰따...

기냥 그렇다고 하니

말을 들 수도 없고

그래 자네는 어디서 무얼 하는고?

이렇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있으려니 문상객들이 닥친다.


둘이서 물러나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한다.

살았던 이야기도 한다.

실은 잘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말들이 귀에 꼭 들어오랴마는

밥만 꾸역꾸역 먹기는 그렇자나...

한쪽은 말하고 한쪽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마쳤다.


그냥 나오기에는 너무 일찍은 것 같다.

우리 동기들이 고향에 많이 사는데

몇이라도 오려나 싶어 기다려보고 싶다.

이 시간쯤이면 많이도 왔을 법도 한데...


마침 누가 인사를 한다.

또 하나가 인사를 한다.

동기들이다.

다행이다.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조금은 말이 쉬워진다.


자주 본 동기들이니까....

그러면서 또 기다려 보고 있었다.

제집처럼 와서 시끄럽게 하는 동기가 있었으면 싶었다.

술이 맛이 없다. 괜스리 더 취하는 같다.

마침 또 손님들이 들어온다.


자리를 피해주는 척 나올 수 있었다.

나중 온 동기가 같이 따라 일어섰다.

둘이서 초상집을 뒤로하고 걷고 있었다.

동기는 원망을 한다. 객

지 놈들은 말이야...

큰일에만 알리고 가면 끝이야...


맞는 말이야.

나두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네들도 큰일 있다고 찾아 온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야.


모두 접자...

우리 자신도 걔네들의 고향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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