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일
비몽사몽 실눈을 뜨고 벽시계를 쳐다보니 4시까지는 몇분 남은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습니다.
조금 있다가 일어나면 되겠구나.
그런데...
이때쯤이면 알람이 울리겠지...
내 폰에 알람은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이 폰이 반란을 일으킨걸까...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아차. 자전거 주머니에 넣어 놓았나 보다.
밖에 나가 자전거 주머니를 뒤져봅니다. 엥... 없어...
어제 저녁에 사무실에 놔두고 집에 왔나 봅니다.
에휴... 국민체조 한번 하고 집을 나섭니다.
차를 타고 사무실로 가서 폰을 찾아 나옵니다.
이제 성재 올라가려니 기분이 내키지 않습니다.
옥녀봉휴양림 뒷산 옥녀봉에 올라가 볼까 합니다.
그래서 4차선을 타고 내달립니다.
밤길이고 오랫만에 가는 길이라서 약간의 실수도 있었지만,
드디어 고항재 도착. 카카오맵에는 무슨 고개인지 표시가 없네요.
임도로 가는 길목에 차를 세우고 출발합니다.
성재 오르듯이 산보정도 하면 만족하겠습니다.
예전에 자주 다니던 코스를 돌아올 것입니다.
고항재 출발 >> 옥녀봉 >> 휴양림 쪽으로 하산 >> 임도에 도착 >> 임도를 따라 고항재로 올 계획이었습니다.
한 시간여... 소요될 같습니다.
저 터널 위로 묘적봉 가는 길이 있습니다.
어스름 길가에는...
잔상이 남아 촬영도 여의치 않습니다.
시작점입니다.
옥녀봉 0.8키로...
등산로 오르내림에 약 2키로 임도길 걷기에 2키로 정도. 합 4키로이면 알맞을 같습니다.
오름 시작.
어두운 곳의 촬영이라 흔들림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앞에 봉우리같이 보입니다.
저기일까...? 를 몇번해야 정상에 오를까?
경사는 있어도 거칠지는 않습니다.
국립치유원 다스림에 온 사람들이 오르기에 좋을 같습니다.
어떤 산에서는 흔한...
그런 바위일지라도...
처음으로 본 우뚝선 바위가 눈에 뜨입니다.
벌써 거미줄들이 얼굴에 걸립니다.
겨울은 지나가고 거미도 활동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입니다.
이상한 짐승이 소리를 지릅니다.
소리를 지르는 짐승은 자신있다는 뜻이겠죠.
어떤 짐승일까?
봉이 보입니다. 저기일까?
음. 옥녀봉 0.2키로 남았군요.
이 산에는 진달래가 듬성듬성 있습니다.
철쭉은 아직 보이지 않고요.
옥녀봉인가 봅니다.
오랫만이다. 옥녀봉.
해발 890미터...
동쪽 하늘에서는 때맞춰...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멀리 소백산 연화봉이 보이고 있습니다.
태양이 완전히 솟아올랐습니다.
이제 하산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산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산을 해야 맞는 같은데...
오르내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산길이 어디였는지...
부드러운 풀들이 피어나는 길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또 봉이 있네.
저쪽 원산은 묘적봉을 지나 내려가는 백두대간 줄기입니다.
멀까?
요것이 떨어졌군요.
봉우리 넘어에서 서광이 뿌려집니다.
얼마를 더 가야 할까...?
저 봉은 무슨 봉일까?
죽죽 뻗어올라간 나무가 멋있습니다.
낙엽송인가요?
이런 이정표가 있습니다.
처음 봅니다.
이왕 온 거. 문필봉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거참. 언제 이런 길이 있었는지...
그렇게 인적도 없는 길은 가고 있습니다.
또 봉.
또 봉.
문필봉 300미터.
드디어 문필봉에 도착하는가요...
어떻게 된 것이지...?
문필봉은 안 보이고 달밭고개. 달밭산이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고항재에서 2.5키로나 왔군요.
자구산은 3.1키로이고...
뭔가 잘못된 같아서 왔던 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다시 돌아온 이 지점에서...
대촌리 방향을 보니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래서 포기하고 옥녀봉으로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내려오다가 보니...
좌측으로 희미한 길의 흔적이 보입니다.
옳다. 저 길이다.
그렇게 하산을 하게 됩니다.
길은 오래전에 인적이 없는 듯.
낙엽이 쌓여서 길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맷돼지가 뒤진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아... 이제 임도가 나왔습니다.
저기로 내려왔습니다.
길도 다녀야 길입니다.
저쪽으로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이...
옛날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임도를 따라 고항재로 갈 것입니다.
임도가 한없이 멀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도 이렇게 멀었던가?
아까 그 동물이 울부짖고 있습니다.
쩌렁쩌렁 울립니다.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바로 앞 능선에서 소리치고 있습니다.
누구든 다 나와봐!!!
불안하여 조경 보조목으로 설치해 놓은 부러진 도막 하나 있어서 주워들었습니다.
싸울 도구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 동물은 나중에 들으니 고라니 소리랍니다.
발정기가 되어서인지 저렇게 시끄럽게 우네요.
갑자기 나타난 개나리를 보고 갸웃했습니다.
지금 핀 것이 맞는 것인가...
왜 이렇게 멀지...
아...
여기가...
옛 휴양림 뒤로 올라와 옥녀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였습니다.
그러니까... 엄청 더 걸었다는...
이쪽에서 올라와서...
저쪽으로 올라갔던 것인데...
10년이란 세월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사람은 원래 망각하는 것인가...?
아...
무상하네...
조금 더 가니 지금 다스림에서 만들어 놓은
데크로드가 나타납니다.
여기서부터 데크로드로 내려가면
옛 옥녀봉휴양림이 나옵니다.
지금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데크로드
조금 더 들어가 보았습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이쪽으로 가 볼 것입니다.
엉성한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첫사진 찍은 시간이 5시 11분.
마지막 사진이 7시 53분.
두시간 40여분을 이 동네서 헤매였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그만큼 운동을 더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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