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외갓집의 추억

날마다 추억 2017. 8. 22. 13:02

2007.05.23. 12:48 


 

오늘 문득...

옻닭에 대한 생각을 하다니까

외갓집이 떠오른다.

 

나는...

태어나 초등 2학년 때까지 외갓집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살았다.

아니... ???

그냥 대강 넘어가야겠다.

 

옻을 생각하다가 자꾸 다른데로 흐른다.

초등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께서 나를 외갓집으로 대려다 주셨다.

봉화군 임기역에서 내려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대려다 놓고 가버리셨다.


그리하여 맷골 어느 한적한 초가집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외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우신다.

 

그 동네는

우리가 살던 읍내와는 달리 사람도 드물고 사방이 산과 들이라

산으로 헤매고 다니며 그렇게 놀았다.

그런데... 내 눈에 비친 나무 하나 있었으니...

나무 가지가 쪽쪽 뻗은 것이 매우 마음에 들어 그 가지들을 꺽어서

외갓집으로 가져왔었다.

아마 그것들로 무엇을 하며 놀고자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외갓집에서 난리가 났다.

옻이라는 것이다.

옻이 어떤데...

하여튼 내가 수집해 온 장난감 옻가지들은 압수 모두 버려졌다.

 

그런데...

떵 마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에구머니나나나나나...

통나무로 대강 엮어놓은

통시 다리 사이로 발이 쑥 미끄러져 들어가고 말았다.

잘 숙성된 떵 속으로 내 다리 한쪽이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이구 **이 살려!!1

외할머니 막내외삼촌 달려오고...

그렇게 그 하루를 마감하고

 

잠속에서 기척들을 느껴

눈을 떠보니 객구풀이를 하고 계신다.

나는 좀 끙끙거렸나보다.

아마도 옻독이나 똥독이 배여서 그런가 본데...

지금 나는 옻을 잘 타지 않는 것으로 봐서

똥독이 나를 괴롭혔나보다.

 

그 다음날 뭐가 그렇게 그리운지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으로 와서는 외가에 다시 가고 싶어서

임기가 동쪽이지...

동쪽을 멍하니 바라보곤 하였지만

나의 첫 외도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큰외삼촌 장녀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서울에 가게 되었다.

저녁에 외가 식구 형제자매들 모두 큰외삼촌 집에서 뒷풀이를 하는데...

외할머니, 큰이모, 큰외삼촌, 나(어머니 대신), 중간외삼촌, 작은외삼촌, 작은이모

이렇게 앉아 한잔씩들 마시는데...

나는 눈물이 흘러 흘러 주체를 할 수 없더라.

나의 자리엔 어머니가 있어야 하는데...

 

외할머니가 나에게 묻는다.

누구이껴?

큰이모가 답한다. 찬우... 태희 아들이자나...

아... 찬우구나...

조금 있다가 다시 묻는다.

누구이껴?

작은외삼촌이 답한다. 태희누나 아들 찬우...

아... 찬우... 고생많제?

이렇게 같은 문답을 계속하고 있었다.

 

또 세월이 흘러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큰이모도 돌아가시고

얼마전에 큰외삼촌도 돌아가셨다.

모두 돌아가시면...

망각의 세월에 묻혀 버리려나...

삶에 찌든 내 탓이려나...

어머니가 안 계신 외가에 대해 소홀함이려나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짬을 내어 찾아 뵈야 하는데

어머니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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