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헹궈낸 소주잔이야...

날마다 추억 2017. 8. 21. 22:09

 2004.11.28.



         

엊저녁

또 심하게 마셨네 ㅋ

그래서 일찍 퍼지지...




아침엔 왠걸...

너무 일찍 깨어버렸다.


작업실에 나와서

컴을 뒤척거리고 있으려니

어언 10시가 넘어가고...




그때 울리는 휴폰...

어? 등산...

그래... 다시 전화할께...




이렇게 하여 소백산 비로봉 등반을 얼떨결에 하였다 아이가...

올라갈 때는 힘드지만...

정상에 올라서의 그 기분...

등산을 왜 하느냐?

산이 거기 있기에... ㅎㅎ

아니다.... 실은 모른다.




하산길엔 꾀를 내어 지름길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중에 저기...

달밭골 가는 길 보인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달밭골을 생각하니 옛생각이 나서 추억거리 하나 들먹거린다.


거의 10년은 되지않았으려나.....?


친척 할배 할매(두분 부부) 달밭골 가신단다.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고...

때는 한참 추운 겨울이었고...

어떻게 하여 따라나섰는지도 잘 모르겠고...




차를 몰아 풍기읍내를 지나

한참 올라가면 소백산 국립공원 삼가동 매표소 나타나고...

거기서 비포장 가파른 산길을 겨우겨우 올라간다.


한... 4키로 올라가면 비로사 나오고

매점도 있다.(지금은 매점 철거되었음)




여기에 차를 새워놓고

비로봉 등반코스 따라 올라가다가

초암사 가는 길로 들어서서 걷다가 보면

능선을 하나 넘어 계곡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골을 이름하여 달밭골이라고 부른다.

한문으론 月田洞이라고 하면 맞겠다.

달이 비추는 밭이려나...



어쨋던 달이 들어간 동네이니 조금 침침한 동네겠다.


어떤 오래된 허름한 집에 들어서게 되는데...

나이 70정도 되는 노인분이 계셨고...

손자뻘 되는 초등학생 아이 하나 있었다.

아이의 모친은 얼마전에 돌아가셨고...


엇...

그 노인의 아들이라 하신다.

허거덩...




어쨋거나 내가 야그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니 이정도 마치고...

그 노인분께서는 나름데로의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었고...

탱화도 무척 잘 그리시는 분이었다.

할배 부부께서는 달마도사 탱화를 한점 얻어가지고 오셨을 것이다.




내가 오늘 기억해내고자 하는 것은...

이것 ㅋㅋ


노인께서는 우리 일행을 맞아서...


음식을 내어놓으셨는데...



을씨년 추운 방안에서 아랫목 그리운 상황에

냄비에 먹다가 남겨 놓았던 음식을 뽀글뽀글 끓여서 내어놓으신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돼지비계를 잘게 썰어 찌개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귀한 술이라며 한잔 내어주시는데...

여기서 기절할 뻔 했다.

술....?

술은 정말 좋은 술이었다.

토종벌꿀로 만든 술이니까....




그런데...

부시럭거리더니...

유행과는 거리가 먼 오래된 잔 하나를 꺼내더니

그 잔에 물을 쬐끔 붓더라...

물이 귀하게 느껴지는 동네는 아닌데...

그러고 새끼손가락으로 잔 안을 휘젓고 있는데...


새기손가락에 검은 물감이라도 칠했던 것일까?

잔 안의 물이 새카맣게 변색이 되더라.

노인은 그 물을 홀짝 붓더니...

그 맛있는 술을 거기에 따른다.




허거덕...

그 잔을 할배께 권하니 차가 있어서 못하신다고 하셨나...?

(드러버서 안 자셨는지도 몰라... 쳇)

그 잔이 내게로 돌아왔다...



아우 씨........

나는 거절하지를 못하고.........




음.....

맛있네 뭐.

안주도 비계찌개

이것도 맛있네 뭐...




씻은 검댕이 물은 버렸고...

행굼 꿀쇄주는 내 속으로 부어 버렸고...

이젠 됐자나 뭐.

홀짝 홀짝 엄청 받아먹고 나왔다는 것 아이가.




그 노인은 지금은 돌아가셨고...

어린 아들도 어디로 갔다는데...


하산길에 옛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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