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8
남들은 글을 쓰면...
첫사랑 생각도 하고...
가상의 님도 생각하고...
머 그렇게 에로틱한 글들을 많이 쏟아 내는데
난 어째서 항상 촌스런 글밖에 쓸 수 없는 것일까...
운명인가... ㅋㅋㅋ
Start~~~~~~~~~
난 어릴 때부터 읍내에 살아서 농촌의 경험은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항상 자연스런 향수에 젖고 그런다.
.......
우리 사는 동네는 조그마한 시이다.
시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다.
언덕진 어떤 집앞을 지나가는데
경단 정도 크기의 노란 열매들이 비탈 아래쪽 턱진 곳에 소복히 떨어져 있다.
무엇일까.....?
가까이서 보니 살구열매들이었다.
언덕 윗쪽 나무들을 쳐다보니 살구나무 한구루 오두마니 서 있었다.
아직 덜 익은 열매들도 매달려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하....
벌써 살구의 계절도 지나가고 있나보다.
살구라는 녀석은 쪼개면 씨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먹기에 참 수월한 과일이다.
체리처럼 씨에 미련을 갖지않고 씨는 씨대로 살은 살대로...
인간이 먹기 좋도록 쏵..... 분리되어 준다 이거지...
이토록 인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살아온 과일도 없을 것 같다마는
흐르는 세월 속에 ...
이제는 별로 환대받는 과일이 아닌 같이 느껴지니...
저....
수북히 떨어져 있는 열매들을 보노라니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구나.
어느 세월이 더욱 지나버리면....
저 살구나무도 천연기념물 혹은 보호수종이 되지나 않으려는지
.................
20년 후....
손자가 묻는다.
손자 : 할아버지 저건 무슨 나무에여?
나 : 응 그건 살구나무란다.
손자 : 할아버지 노란 열매가 달렸어요.
나 : 그래 그거 먹는 열매란다. 맛있단다.
(열매를 하나 따서 반으로 쪼개어 씨는 버리고 반쪽을 손자에게 준다.)
(손자는 받아서 조심스럽게 귀퉁이를 조금 배어문다.)
손자 : 에이... 떫어... 퇘퇘
할아버지 나 멜랑 먹을래요. 멜랑 사줘요....
멜랑 : 미래에 나올 수입과일 이름. 디기 맛있데. 편집자 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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