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살구나무 아래에서

날마다 추억 2017. 8. 21. 21:44

2004.06.18




남들은 글을 쓰면...



첫사랑 생각도 하고...



가상의 님도 생각하고...



머 그렇게 에로틱한 글들을 많이 쏟아 내는데



난 어째서 항상 촌스런 글밖에 쓸 수 없는 것일까...



운명인가... ㅋㅋㅋ



Start~~~~~~~~~





난 어릴 때부터 읍내에 살아서 농촌의 경험은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항상 자연스런 향수에 젖고 그런다.



.......



우리 사는 동네는 조그마한 시이다.



시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다.



언덕진 어떤 집앞을 지나가는데



경단 정도 크기의 노란 열매들이 비탈 아래쪽 턱진 곳에 소복히 떨어져 있다.



무엇일까.....?



가까이서 보니 살구열매들이었다.



언덕 윗쪽 나무들을 쳐다보니 살구나무 한구루 오두마니 서 있었다.



아직 덜 익은 열매들도 매달려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하....



벌써 살구의 계절도 지나가고 있나보다.



살구라는 녀석은 쪼개면 씨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먹기에 참 수월한 과일이다.



체리처럼 씨에 미련을 갖지않고 씨는 씨대로 살은 살대로...



인간이 먹기 좋도록 쏵..... 분리되어 준다 이거지...



이토록 인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살아온 과일도 없을 것 같다마는



흐르는 세월 속에 ...



이제는 별로 환대받는 과일이 아닌 같이 느껴지니...



저....



수북히 떨어져 있는 열매들을 보노라니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구나.



어느 세월이 더욱 지나버리면....



저 살구나무도 천연기념물 혹은 보호수종이 되지나 않으려는지



.................



20년 후....



손자가 묻는다.



손자 : 할아버지 저건 무슨 나무에여?



나 : 응 그건 살구나무란다.



손자 : 할아버지 노란 열매가 달렸어요.



나 : 그래 그거 먹는 열매란다. 맛있단다.

(열매를 하나 따서 반으로 쪼개어 씨는 버리고 반쪽을 손자에게 준다.)

(손자는 받아서 조심스럽게 귀퉁이를 조금 배어문다.)



손자 : 에이... 떫어... 퇘퇘

할아버지 나 멜랑 먹을래요. 멜랑 사줘요....



멜랑 : 미래에 나올 수입과일 이름. 디기 맛있데. 편집자 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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