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508
사람을 보고 무서워해 본 적 있나요???
저는 소름이 바싹 돋았답니다.
그럼 그가 째려 봤나요? 아뇨.
그럼 그의 인상이 험악했나요? 아뇨.
그럼 총이나 칼을 들고 있던가요? 아뇨.
그럼 왜죠? 괜히 분위기... 뭐랄까... 어떤 예측입니다.
어떤 예측과 가능성 때문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부업삼아 인쇄기획업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난 워드프로인 아래한글을 꽤 잘 씁니다. 편집 뿐만 아니라
메일머지, 메크로 등등 아래한글에 딸린 거의 모든 기능을 운용할 줄 압니다.
그날은 밀린 일때문에 무척 바빴습니다.
그래서 늦도록 일을 했는데 어느덧 새벽 세시경이었습니다.
그제야 일을 마치고
소등 문을 잠그고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새벽 세시라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가로등만 도로를 지키고 있지만 밝게 비춤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럽습니다.
가을 늦가을이었는지 혹은 비가 온 뒤였는지 약간은 쌀쌀한...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 시장 안쪽의 좁은 도로를 지나면
또 왕복 4차선 도로가 나옵니다.
그 도로 옆 인도를 따라 집에 가기를 제촉합니다.
그런데...
조금 앞 쪽의 건너편에 좀 어두운 좁은 도로에서
어떤 사람이 불쑥 나타났습니다.
중키정도의 튼튼해 보이는 체격입니다.
그 사람이 도로를 건너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 순간 속도를 내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직선으로 건너오는 것이 아니라
사선으로 건너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면 그가 건너오는 지점과 마주친다는 것이
소름돋도록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나는 뛰면서 녀석을 보았습니다.
녀석이 순간 흠칫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 혼자만의 상상이었을까요?
마주쳤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닐 일에 과민반응이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은 새벽 세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