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죄를 지었는데...

날마다 추억 2017. 8. 21. 21:24

2004.04.24. 10:22




또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집을 벗어나서 멀리 가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말이죠.
그런데 집안의 형편은 되지를 않았죠.

머 어려도 그런건 알아요.
그래서 실제 가고 싶은 곳은 포기하고
국립으로 공짜로 갈 수 있는 곳을 가려고 했는데
거긴 의무기간이 있어서 의무적으로 군 기간을 채워야 했었지요.
여기를 가려고 했는데 그때 휴가 나오셨던 삼촌 때문에 이것도 무산되고 말았지요.

얘기는 이것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기 때문에 이쯤만 쓰기로 하고
음 실의의 기간이 연속되었나 봅니다.
아버지께선 고집불통이 이놈 하면서
고집불통 패가망신...
집안 내막의 아픈 기억은 잊으렵니다.
이것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큰이모님 댁을 가기 위하여 서울 청량리행 기차를 탔답니다.
요는 빌붙을 곳이라도 찾아보는 그런 것이었죠.
난생 처음으로 가는 서울 길이었답니다.
네 청량리 역입니다.

어우...
돌아버렸습니다.
온통 사람들로 사람들 밖에 안 보였습니다.
온통 건물밖에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로 휩쓸려 나오면서 어디로 가야할 지가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고백해야 할 것은 저가 숫내기라는 것도 알려야 하겠군요.
얼띠기이기도 한 같구요.

햐 그런데 죽으란 법은 없었답니다.
어떤 군인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 **학교 다니냐?
교복을 입고 있었거든요.
헉 코배가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죠.
네 큰이모를 찾으러 왔는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쁜 분으로 안 보여서
간절하다시피 매달리는 같아요.
그 군인 아저씨가 난감해 하데요.
달랑 주소 하나 갖고...
음음...
전농동이었는데 지금 같으면 차라리 동사무소라도 가지요.
아니면 파출소라도 가던가.

그때야 사회봉사제도가 있었을까요?
있다 하더라도 모르겠지만.

그분과 같이 전농동을 헤메고 다녔답니다.
그러나 ...
울 아버지 왈
가는 차비만 주면서 꼭 찾아보고 와 하셨거든요.
저는 큰일 났답니다.

이 착한 저가 이분 아니면 이제 성냥팔이 소년이 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었지요.
군인 아저씨는 호되게 걸린거지요.
모른척 했으면 그만인 일을...
고향인이라고 아는 척 하다가 자기 볼일도 못보면서 헤매었건만...

그분은 천사였습니다.
불쌍한 어린 양을 버리지 못하고...

저는 그분을 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답니다.
볼일 보는데로 같이 다녔습니다.
금호동에 어디도 갔었는 같습니다.
친구가 일하는 초라한 방에서도 같이 잔 같습니다.

며칠을 보냈는 같은데
친구에게 돈을 빌리더니
또 직접 청량리까지 대려다 주시면서
차표까지 끊어 주더니
자기는 며칠 있어야 고향에 간다면서
먼저 내려가라고 하셨어요.

저는 언제 내려오는지 상세히 묻고
그날 나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갈 수 있었지요.

음 쓰면서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분인데...

저는 여기서 배신을 한답니다.

집에 들어가니 아버지께서 자초지종 묻겠죠.
뭐라고 말해야죠...?

얄팍한 자존심과 돌아올 두려움에
큰이모는 못 찾고 친구집에 있다가 왔다고 이렇게 변명한 같습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무서웠답니다.
거의 신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조금의 틈새라도 주면
엄청난 벼락이 떨어지기에
잘못한 일을 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 그분 아니었으면 서울 바닥에 어떻게 헤메고 다녔을 지도 모릅니다.
나보고 무얼 한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신립장군이나 되는지 아는지

하마터면 서울 바닥에 내동댕이 쳐질뻔한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금이라도 그 분을 뵈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비겁한 저가 용서를 빕니다.
크나큰 은혜를 그렇게 갚은 저를 어쩌면 좋나요.

혹시 모를 일이니 그분의 추억을 약간 들쳐 볼게요.
집은 영주 어떤 면이었는데 남쪽 부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72년도 쯤일 같은데 그 분이 군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연세는 54세 정도가 아니겠나 싶군요.
불과 며칠이어서 큰 기억은 없지만
얼굴형이 좀 퉁퉁한 형인 같습니다.

한번 사죄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대로 마무리 되고 만다면...
이 죄를 어디서 사죄받는단 말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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