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그렇지 이리 온

날마다 추억 2017. 8. 21. 20:04

2004.04.24. 10:20 ㅇㅣ전




음 올 1월 1일 작년 1월 1일 울마 피시방 하기 때문에 못 갔다.
재작년 1월 1일 진눈깨비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여서
비로사 아래 매점에서 동동주 몇 잔 사먹고 내려 오다가 삼가동 울마친구(요 부근은 나중에 시간 된다면 쓸 것임: 남자 친구임) 집에서 놀다가 내려온 것 같다.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데 눈발이 휘몰아치고 온통 산만 보이는 풍경 속에 위에서 아래로 내리 붓는 바람의 무게를 감당 못하여 아래로 떨어져 가는 눈발들의 감상은 참으로 태생 처음인가 싶다.
뜨뜻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가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움이 넘쳐 나를 시 한편이라도 읊으라고 하는 것 같기만 하다.
그러나 철학적인 고뇌에서 들여다 보자면 우리 삶이 저 속에서 펼쳐진다면 머 유난히도 더 추운 겨울 정도나 되어서 흑흑 소설 속의 주인공이 저 속에서 절규하고 있다.
신이시여 왜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나이까...
== 짜식 몰랐냐 누가 주인공이 되래..... 짜식 엑스트라 하란 말이야 ==

이렇게 따져 보니
재재작년 1월 1일인가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마다 하던데로
등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때는 못 가더라도 1월 1일은 꼭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 고장의 명산 소백산
1월 1일만이라도 올라가서 한 해의 시작을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따져 보자 그러면 나의 아들은 몇 학년인가?

아들래미가 초딩 2학년이군...
내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저놈과 같이 등산을 하여 보는 것이 소원인 것 같다. 그래 빨리 커라 머스마 대 머스마의 ...
머 있자나... 챔프란 영화 봤니. 아버지와 아들이 놀고 있는 장면들을... 아들과 아버지가 나란히 서 있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그런 소원이 이루어 질 때를 그 놈이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딸이 5학년 때였다.
둘째가 반회장이었는데...
스승의 날이었지 일일교사로 위촉이 되어서 한시간 강의를 한 적 있었거든 그런데 아이들에게 곤혹한 질문을 받았단다.
우리나라는 아들을 너무 선호한다고...
그래 나는 그런 것 같다고 시인을 했었지...
그러나 앞으로의 세월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라고 설명을 하면서 실은 둘째인 내 딸에게 더욱 신경이 쓰였단다.
저 놈이 지가 하고픈 말을 친구를 빌려서 하고 있는 것 같았단다.

나중에도 둘째에게서 견제가 많이 들어오는데 막내에게 너무 표나게 한다고 그런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같은데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한데...
나는 답변했다.
너가 만약 요렇게 작았어도 역시 이뻐했을 것이다. 아들 딸 불문하고 말이다. 너희들 키울 때와 7, 8년이 흐른 후에 다시 새끼를 키우는 재미를 너희가 어찌 알랴..

어쨋든 막내를 넘 편애하는 건 사실이었나봐.
어떤 쪽의 편애인지는 나도 구분을 잘 할 수 없음.

음 이제 본론으로 와서
우리가족은 삼가동 버스에 몸을 실었단다.
날은 참 좋은 날이었단다.
삼가동에 내려서 비로사까지 가는 것도 멀단다.
한 시간은 너끈히 걸리는 코스였지.

마침 삼가동친구 아들이 우리 막내보다 3학년 더 높은데 이런 동네에서 큰 영향도 있지만 얼마나 날렵한지...
우리 아들은 그런 동지 덕에 같이 떠들면서 가더니 상당히 앞서 가버렸지. 비로사 아래 매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제 본격적인 출발을 하는 거야. 나도 괴로웠어...
1년에 등산이라고 해 본들 동기들이 가는 곳에 겨우 몇 번 뿐이었거든 아들은 삼가동친구 아들 덕에 많이 앞서 가고 있는데...
마선생과 첫째놈은 어기적거리기 시작하는 거야. 둘째는 그래도 초딩때 운동선수생활도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닌 같은데...
벌써부터 허덕이는 마선생과 첫째를 보면서 모두 같이 대리고 올라가고 싶건만...

먼저 올라가래요.
뒤따라 올라오겠다면서
할 수 없이 앞으로 먼저 나가게 되니
앞서 가던 막내가 보이네요.
힘이 남았으면 그집 아들 따라 계속 갔으련만 힘이 부치기 시작하니까 우리 올 때를 기다리는 거구 그집 아들은 혼자 가기 심심하니까 역시 기다리는 거구...

녀석 표정을 보니 엄마와 같이 올게요...
머 이러는 같기도 하구...
피로하니 쉴게요 이러는 같기두 하구...

"이리 오너라 (아들아...)"
나는 아들의 손을 꼭 쥔다.
아들은 아무 거역도 하지 않는다.
초딩 2학년이지만
우리 그동안 어떤 묵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녀석은 순순히 자기가 가야할 길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시작하니까
녀석 또다시 그 형아와 같이 오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소백산의 주봉 비로봉에 도착을 하였다.
아들과 나는 손을 꼭 잡아 본다.

나의 아들은 칭찬을 많이 받았다.
초딩 2학년으로서는 큰일을 한 것이다.
어떤 분들이 대단하다며 쵸콜릿을 준다.
외제만 아니었으면 무척 기뻤으련만...

그래 아들아 어떤 고난이 너에게 닥치더라도 이렇게 헤쳐나가는 거야 알았지...
내가 그렇게 그리던 거 아들과 같이 우뚝 서 보고 싶던 거 아들이 초딩 2학년이 되면서 이루어 볼 수 있었는 거

내가 다시 생각해 보는 부분은...
저에게 별루 강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저의 손을 잡는 순간
순한 양처럼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그 무엇이었길래
너는 진리를 보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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