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24
내가 진정 사랑하는 여인을 배필로 맞았을 때입니다.
이쁘고 앙증맞은 첫딸을 만났을 때입니다.
이쁘고 앙증맞은 딸을 자전거 앞에 태우고 이곳 저곳 자랑하고 다닐 때입니다.
두번째 딸도 너무 이쁜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큰딸은 온통 빨갛게 작은 딸은 온통 노랗게 입히고서 나들이 나갈 때입니다.
느즈막히 아들 놈을 만났을 때입니다.
아들 놈이 사내처럼 거칠게 놀 때 머시마임을 실감했을 때입니다.
쇠고기 회식은 못하더라도 삼겹살 회식은 할 수 있을 때입니다.
울마가 내 친구들에게 인기 있어서 불려 나올 때입니다.
저두 울마 친구들에게 불려 나갈 때입니다.
큰 맘 먹고 봉고 한대 대절하여 가족 모두 경포대를 돌아 정동진 배 꼭대기에서 생맥 마실 때입니다.
너는 일을 잘하니... 머머 자꾸 일을 맡길 때입니다.
나를 만문하게 보는 놈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저거 술자리에 꼭 불러줄 때입니다.
남의 집 맏이로서 귀찮도록 불려 다닐 때입니다.
수입 없는 일이 자꾸 맡겨질 때입니다.
한달 결산하여 적자는 안 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수입이 적다고 절대 잔소리 안하는 울마의 나온 배를 보고 있을 때입니다.
술 덜 깬 아침에 술 덜마시라는 울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내가 돈 없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이 술을 사줄 때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큰딸 작은딸 디지게도 공부 안하더니 그래도 어느 수준은 유지해 주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아들놈이 합기도 도장에서 검은 띠를 따고 검은 도복을 입고 왔을 때입니다.
이 카페를 열고 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나를 좋게 보고 나를 따르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항상 삶에 누를 끼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을 때입니다.
후유 숨차군요 이루 열거하기가 힘드네요.
이제 한가지 행복을 더 바란다면
곱게 늙어 주기를 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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