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동전 다섯개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38

2003.03.19. 20:32



      

저녁나절 학생들이 귀가를 서두르는 시간
나도 급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뒷동네 조용한 지름길을 택하여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썰렁한...
왼팔엔 봉투를 끼고 잠바에 양손을 집어넣고 가고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에 넣은 손에 여럿 잡히는 것이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이 다섯 개
성냥 한 갑, 라이터 한 개
분명 같은 용도의 것이 두 개나 들어 있다.
없을 때는 하나도 없지만 어떤 때는 수북히 들어있는 불 재료들...

작은 사거리를 다가가고 있었다.
어 쟤가 왜?
어떤 중학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응? 멀 하려고? 요즘 애들 무서운 애들이라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라고...

학생이 입을 실룩인다.
아.......아.....아.....
저씨!
음 더듬구나...
왜?
오...오...오...
백원만
주세요...
멀지 않는 곳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나는 짐작만 하고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아니 더듬는 소리를 더 들을 여유도 없어
자...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동전 다섯개를 꺼내어 녀석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그를 뒤로하고 바삐 걸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으으...
그러면서 정류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녀석 별거야 아니다만 고맙다는 소리라도 해주지
만지작거리던 돈의 임자는 그 녀석인 모양이다.
돈 단위야 별거 아니지만

설마 그거 얻으려고 거짓말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이 속고 살다가 보니 별거 아닌 일에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빨리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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