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1
나는 참 음식을 많이 못 먹는다.
그래서 좋은 음식이 있으면 친구를 부른다.
그 친구는 너무나 잘 먹고 맛있게 먹는다.
어떨 때는 먹는 것을 멈추고 그 친구를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둘의 만남은 음식 궁합인가보다.
음식 먹을 때 외에는 많이 싸운다.
총각 때의 일이다.
장가 한 번 가보려고 기를 쓰고 있을 때이다.
처녀의 어머니를 만났더니
슬프게도 딱지임을 알았다.
내가 멍청하지만 그런 눈치는 있었는가보다.
이렇게 보내면 영영 끝인 것을 알았는데...
우리 잠간만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처녀의 어머니를 먼저 보냈다.
그녀도 가려고 한다.
잠간이면 된다고...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택시가 온다.
택시에 밀어 넣고는 달렸다.
어디까지? 궁금하지?
한 40리 북적대지 않는 면소재지...
그것도 더 멀리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너무 사정을 해서 내렸지...
정말 시보다 면은 조용하더라.
그 동네에서 야그도 하면서 놀려고 했는데
진짜 놀 곳도 없더라.
만두인가를 사먹었는 같기도 하고...
이러면서 일단은 작전은 성공했는 같더라.
처녀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되는 거자나..
요 중간은 생략할래
이렇게 하여
처녀의 어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역시 대답은 노였어.
둘이는 붙어 다녀도...
그거 상관없다는 거야...
나참 이제는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
어떻게? 또 궁금하지?
남 연애 얘기는 항상 흥미롭지?
머 다른 수 있어...
집으로 쳐들어 가야지...
부끄럼이 많은 내가 용기도 대단했어.
지금 생각하면 나도 골 비었지...
8남매 맏이를 머가 그리 좋다고...
잘 살지도 못하는 집안의 딸을...
딸이 일곱이나 되는 집안의 맏사위가 되려고 기를 쓰고 있었으니...
그런데 그거 암거도 안 보이더라.
다만 처녀 얼굴만 보이고
웃으면 들어가는 보조개
치렁치렁한 머리결
날씬한 몸매
어떻게 설명을 해도 다 표현되지 않는 그녀였으니...
무작정 그 집으로 쳐들어간 나를 처녀 모친은 나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말이나 좀 하고 가게 해 달라고 했고.
마침 처녀의 부친이 안에 계셨지.
부친은 그날 첨 알게된 사실이었지.
일단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
들어갔지 머 묻고 했겠지
잘 기억이 없네...
일단은 손님이니까...
저녁이나 먹고 가라고 저녁을 차려 주시데.
요기가 클라이막스야...
이야
밥이 밥그릇 위로 한 그릇 더 올라와 있자나.
국도 가득 퍼 왔더라고...
많이 먹지 않던 나였지만...
그게 테스트인 줄 알았지...
뚝뚝 떠서 깨끗이 비웠어...
감을 잡으시려는지...
처녀 모친도 이제 나에게 딸을 줄 생각을 해보려고 하는 순간이야...
장가를 가서
처가를 가면 이상한 떡을 주지 왜
속에 머가 들어간 거..
꿀도 들고.. 팥도 들고.. 머 그렇지?
이거 먹으라고 주길래...
윽 머가 버석 하자나..
욱 (잠깐만)
(음 또 시험에 들었군...)
그런데 이게 멀까?
숯? 연탄? 더러븐 거?
에라 씹어 먹자.
설마 자기 딸 과부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겠지...
이렇게 하여 나는 귀한 맏사위의 위치에 등극하니...
오호 이제 생각하니 슬프다.
당신의 거미줄에 묶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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