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그 놈이 팔딱 뛰는데...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34

2003.02.09                    


 

난 매운탕을 무지 좋아했다.
거기에 쇄주라도 있다면... 
아니 없어서는 절대 안 된다.
고춧가루랑 고추장이랑 좀 과하게 넣어 
어쩌면 매운 맛으로 먹는 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도 더 좋아 하는 것은 
자연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더 즐기는 것 같다.
아마도 역마살의 발동인 모양이다.
어릴 때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훨씬 전이 아니었나 싶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내가 고무신을 신고 있었는데
이 때는 살기가 좀 괜찮았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게다까지 신고 학교에 다닌 것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깡...
게다? 두꺼운 나무판때기를 발바닥모양으로 다듬고 끈을 달아 신던 것으로 일본말이야 
우리 읍내에서 꽤 나와야 내(川)가 있었다.
서천교다리 아래 화강암으로 비스듬히 쌓아 올린 둑이 보인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도 보인다.
고추가 달랑거리는 것도 보인다.
찌찌......?
그거는 잘 안 보이네...
그 속에 나도 놀고 있다.
누구랑인지는 모르지만 옆에 친구도 있다.
나는 놀다가 돌 틈으로 손을 넣고 있다.
나는 무엇을 하나 집어 내었다.
무슨 고기였을 지는 모르지만
분명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잡는 고기임에는 틀림없다.
얼른 신발에 물을 조금 넣고는 그 고기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옷을 주워 입었다.
친구가 가느냐고 묻는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답하고 친구도 버려두고
둑 위로 올라가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잡은 고기를 감상하기 위하여 집으로 가려고 한다.
어쩌면 누구에게 자랑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 대견한 수확물을 빨리 보여주기 위하여...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돌발 상황이 발생했어.
내 인생에 첫 매운탕 희생물의 반란을 좀 보자고...
이때도 매운탕을 즐겼나....?
그 놈이 팔딱 뛰는데...
세숫대야를 썼으면 절대 벌어질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 놈의 무대는 내 작은 신발이 아니었어.
바닥의 돌위로 떨어지더니
몇번 팔닥거리면서 돌 틈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지.
아   씨... 
바보같은 물고기 같으니라구...
물도 없는 거기로 들어갈 걸 왜 폴짝 뛴담.
첫 작품의 마무리는 이렇게 끝나고 말았어.
이리하여...
좀전의 냉정하게 뿌리친 친구에게 다시 가서
놀 수밖에 없었던 추억을 살려보며...
지금도 자꾸 생각나는 것은 놓친 물고기가 무척 아까왔다는 뜻일까..

사진 속에 작은 고기 한마리만 있다고 생각하시라...

신발도 너무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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