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업보 이야기

날마다 추억 2017. 8. 19. 20:24

2003.01.23




도로 유료 주차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가씨가 넷이 탔던데 옷폼들이 엽기발랄하더군요.
주차비 안 주고 내빼려다가
허 저런...
잘 가고 있는 차를 애꾿게 들이 받았군요.

이게 업보이야기와 무슨 상관있을까요?
당연히 있지요.
이 아가씨들은 바로 업보를 당한 셈이지요.
말하자면 행복한 아가씨들이라고 할 수도 있답니다.
두고두고 업보를 당한다면 이를 어찌 감당할꼬...

수년전 이야기입니다.
저가 무척 방황을 하고 있었답니다.
앞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도무지 앞을 못 보겠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초조하고 짜증나고...
그러다 보니 마선생과 한 판 붙죠...

나와 돌아다니면서 술이 떡이 됩니다.
한번 날아 보고 싶습니다.
만취의 상태에서 서울가는 버스를 잡아탑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신을 차리니까.
휘황찬란하길래 얼른 내렸답니다.
에고에고 겨우 원주였답니다.

아직 술은 취한 그대로이고
그래도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데요.
우리 동네에 도착하니 저녁 9시쯤인가...
내려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아직 정신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나의 귓가에 신비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큰 건물 4층에서 나는 소리인데
거긴 불교대학이었고 어떤 스님이 좋은 강의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나는 주섬주섬 그 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강의는 끝나고 있었고 학생이나 강사님이나 나가고 있었죠.

내가 강사님을 따라가려고 하고 있나봅니다.
누가 저를 말리는 것 같습니다.
어린 놈이...
너가 나를 어찌 알아...
그러고는 잊어먹은 일입니다.

아직 어떤 기대는 없지만 열심히 살기는 살아야 한다고 필을 받았습니다.
한참 훗날인데...
어떤 분과 마주쳤습니다.
당신 날 알아요?
글쎄...
알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소개를 하는데
아...
우리 지방 월간지에 고정적으로 글을 올리는 분.
TMO 장이신데 직업에 걸맞지 않게 불교이야기를 올리는 분.
불교대학 학생장이었죠.
그렇군요.

아니 뭐라구요?
깜짝 놀랄 소리를 하네요.
그날 어떻했다고요?
아하 나를 밀어내던 양반
싸우려고 했다고요?

에고고 챙피해라.
이게 무슨 이런 일이...
나는 그 분을 잡아끌고 술집에 가서 앉았습니다.
맥주를 몇잔 마시면서 수도 없이 사과를 했지요.
그리고 그날의 저의 맘을 이해시키게 됩니다.

아 그님은 친구를 하자네요.
네 님은 몇이신데요?
에구 싫습니다.
여기는 내 고향. 3년 연장이면 많이 선배되는데 고향에서는 그럴 수 없답니다. 님이 불편할 겁니다.

그러면서 불교쪽 이야기들을 하던 중에 업보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나는
업보를 믿을 수 없다.
이 님은 업보는 살아 있는 중에도 업보를 당한다나요.
그런가요?
그러면 이건 어떻게 해석하지요?

저승집 개는 죽으면 문상객이 있지만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정승은 자기 업보에 의해 떵떵거리고 살았으련만
업보를 마무리하는 저 자리는 왜 저렇게 초라하단 말입니까?

아니 네 머라구요?
자식 잘못 키운 업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요?
이런...

..................................................
내가 똑바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군요.
실은 무교인 저가 그쪽의 심오한 철학을 알지도 못하면서
한 마디 적어봅니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분에게 업(내가 저지른 죄)을 갚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나에 대해 조금도 마음에 담은 것이 없으리라는 것을 저는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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