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딸아... (둘째에게)

날마다 추억 2017. 8. 21. 20:52

040424



딸아... 

너는 항상 웃음을 갖고 있어서 보기가 좋구나. 
아빠도 웃음이 무척 흔했단다. 
이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중학교 때인데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났었거든, 
인사를 했는데 너는 웃는 것이 여전하구나 이런 말씀을 하셨어. 
그래서 내가 웃음이 많은 줄 알았거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웃음을 잃어버렸는데...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많이 웃지 마라. 
실없어 보인다. 
실? 입을 꿰매는 실(實)이 없다는 말이다. 

너도 많이 힘들었지? 
수능시험공부 하느라고... 
너가 수능시험 치고 오던 날 
너의 시원찮은 답변을 듣고 아빠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오오 또 하나의 결실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정말 슬펐다. 
아다시피 주위의 아빠 친구들을 봐라. 서울대, 고려대, 홍익대, 또 서울대.... 
아빠의 비참한 심정을 이해하려는지... 
내가 이 말을 한다고 해서 너 기죽지 마라. 

실제는 학교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너희가 놀고 있어도 아무 잔소리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회를 비판하며 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자식은 거기에 따라가기를 원하는 친구들도 많이 본다. 이런 자기모순적 삶을 영위하는 이유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너는 기죽지 말아라 
마침 그래도 교대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그런 계통으로 갈 수는 있으니 
-초등교원이 증고등교원보다 점수가 높은 것은 모순적 사회의 한 단면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거라 
넌 지금까지 학원 하나 다녀본 적도 없으면서 그까지 했잖니. 
그렇다고 아빠 엄마가 공부하라고 닦달한 적이 있니? 
다시 말하면 어디든 합격만 하면 계들과 같이 공부한다 하여도 너가 앞서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욕심을 내지 말고 계네들 만큼만이라도 공부하여 다오. 요 게으름뱅이야... 

긴말 하지 않으마... 
아빠의 기대는 후일 너가 사회의 일역을 담당하며 보람되게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다. 
나중에 용돈이라도 주면 더 좋아할게 
하여튼 새로운 기분으로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스퍼트야 4년만 뛰면 너는 나머지 125년(니 수명은 150살)은 그것을 밑천으로 살아야 한단다. 파이팅.... 

산타가 있다고 우기는 너를 위하여 싼타 동무를 보내주마 

크리스마스 이브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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