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불쌍한 놈

날마다 추억 2017. 8. 21. 19:40

040424



머 남들은 행복하다 할 지 몰라도 내 눈에 비친 저 놈은 불쌍하다. 

저 누나 둘을 지금껏 키우면서 실패했거나 소홀히 했던 것들을 너에게는 실패하지 않는다며... 

할아버지까지 한문 강의에 
합기도 수련에 
왠 또 윤선생 영어이냐... 

불쌍한 녀석 일찌기 왔더라면 대강 뭍혀서 
사는데로 부모가 철드는데로 같이 컸으면 이렇게 강요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그렇게 어느결에 돌아보니 너가 이만큼 커 있구나. 
감탄하고 회고하고 후회도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련만... 

누나 둘이 모두 대학물을 먹이려고 하는 이 때에 
너에 대한 장래가 눈에 훤한 같아서 
누나들처럼 방치할 수는 없자나... 
마선생 넉두리에... 
나는 지껄인다. 에구 불쌍한 녀석아... 

딸 녀석들도 저 동생이 불쌍한 줄 안다. 
어떤 말이 없더라도 묵계에 의해 
저녀석은 선택되어진 것이다. 
우리 집안의 기둥이라고... 

내가 그렇게 싫어했지만 종손을 뿌리칠 수가 없더라. 
남의 맏이를 뿌리칠 수가 없더라. 
받는 것은 없더라도 항상 줄만한 여유를 갖고 있어야 
맏이로서 체통이 선단다. 

누나들은 매일 놀고 시험칠 때는 더 놀고 
수능칠 때 여유자적 텔레비 보고 
나도 항상 대리고 놀러 다니고 그랬단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것도 공부란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러지 못 할 같은 예감이 오구나. 
정말 신나게 놀던 누나들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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