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0일
4월의 진눈개비
아침 산보를 하면서...
목이 타고 소변이 마렵다.
눈을 살짝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도 되지 않았다.
잠들기 글렀군.
일어나서 어제 사놓은 콘솔박스트래이를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어?
밤새 비만 온 것이 아니라,
진눈개비가 뿌렸습니다.
질퍽질퍽한 눈, 물이 바닥에 깔렸습니다.
한 10센티는 온 것 같습니다.
4월의 진눈개비...
지금은 빗발이 내리고 있습니다.
차에 가서 콘솔박스에 트래이를 올려 놓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컴퓨터를 보고 있으려니 어느덧...
4시 기상 알람이 울립니다.
얼른 국민체조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오늘은 반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길이 너무 질퍽하기 때문입니다.
영주초등학교 뒤 등산로 입구에는 나보다 먼저 산보를 하는 팀들이 있는데
차가 보통 3~5대 정도 서 있습니다만,
오늘은 한대만 서 있습니다.
너무 어설픈 날씨죠.
나는 그곳을 지나 시의회 뒷쪽으로 갑니다.
나는 항상 의회 뒤쪽에서 산보를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철탄산을 꼭 거쳐가야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철탄산은 모교의 뒷산이라서 그런 마음이 생긴 같습니다.
도로에는...
그래도 차들이 다녀 밟힌 자국도 있고
진눈개비가 흐트러져 맨땅도 밟을 수 있지만,
산길에는 아직 발자국이 없습니다.
처녀지를 밟고 갑니다.
순수 눈처럼 뽀드득거리지 않고
발자국 옆으로 밀려나오기도 합니다.
나무가지들이...
진눈개비를 받쳐안고 무거워서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그러다가 뭉태기로 우산 위로 떨어져 깜짝 놀래키기도 합니다.
소나무 가지들은 평소에는 위를 향해 뻗어 있지만,
오늘은 모두 밑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동화책이나 크리스마스 츄리는 소나무가 밑으로 그려져 있죠.
아마 눈을 품은 모습의 형상화일까요?
나무가지들이 꺾여서 등산로를 막고 있습니다.
나무가지들이 처져서 등산로를 막고 있습니다.
그래도 피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철탄산에 올라 이제 성재로 갑니다.
가지들이 더욱 크게 부러져서 길을 방해합니다.
더욱 큰 가지들이 휘어져서 앞을 막습니다.
그래도 꾿꾿이 전진하고 있습니다.
철탄산 내림이 끝나고 성재 오름이 시작됩니다.
영주초등 뒤쪽으로 올라간 팀이 있으니 발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없습니다. 올라오지 않은건가...?
커다란 나무가 통째로 길을 막고 있습니다.
물이 흥건히 묻은 나무가지를 만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사이드로 살짝 밀고 나갑니다.
이번에는 기둥째로 길을 막고 쓰러져 있습니다.
밑으로 틈이 있어서 기어서 통과...
성재 바로 아래까지 왔습니다.
성재로 올라가지 않고 2성재 우회로 쪽으로 갑니다.
반대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비탈이 심한 지역이니 먼저 가보는 것입니다.
과연,
비탈에서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꽉 막고 있습니다.
비탈옆을 겨우 지나서 가려는데...
정말 막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치우지 않는 한 절대 지나가지 못하겠습니다.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그냥 성재오르려고 돌아 나옵니다.
성재 계단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내 발자국이 콕콕 찍힙니다.
다 올라왔다고 하는 순간,
또 계단을 막고 쓰러져 있는 나무
마지막 근처에서 오르지 못하고 망연자실합니다.
돌아가... 예까지 왔는데...
좌우로 틈을 찾아봅니다.
계단 난간대에 올라서...
우산은 먼저 던져놓고...
그렇게 해서 성재에 올라섭니다.
기분은 백두산 정상에 오른 기분...
하얀 눈,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하얀 도화지를 밟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성재 곳곳에 발도장을 찍어놓고 내려옵니다.
진눈개비도 무시 못할 재앙이라고 느끼는 오늘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태풍이 왔을 때도 오늘 같이 이렇게 많이 나무가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은근하게 무서운 진눈개비...
집에 와서 진눈개비 사진을 몇장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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