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사는 이야기

너를 구출하기 위하여

날마다 추억 2017. 8. 21. 20:49

2004.04.24. 이전




야 어디까지 가냐...?
얼른 따라와
저녀석 마구 내빼고 있네요.

때는 몇년 전 겨울
장소는 태백산 북쪽 매표소에서...
당일 눈은 오지 않았지만
쌓인 눈이 발목은 충분이 덮을 상태였음.

이녀석 표를 끊자마자
무대뽀로 올라가고 있네요.
인정머리도 없어요.
뒤에 따라오든 말든 기냥 내빼고 있어요.
이자슥 꼬셔서 대리고 왔으면 인도를 해야지

큰일인 것은 저 자슥 안 따라가면 태백산 어느 구석에서 헤매는 꼴이 될까봐 죽으라고 따라가는대도 어휴 숨차...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뜸해서 더욱 두려웠죠.
겨우 올라가다가니까 또 저쪽으로 내려가요.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하얀 눈으로 폭 덮인 절이 보이더군요.
그 절은 비구니들만 있다 하였습니다.
녀석 목표가 저기였나...
겨우 따라 갔더니 거기서 무엇을 물어 봤는지
또 올라가기 시작...
미치겄네...
그냥 올라갔으면 한참 올라갔을 것인데...

얌마야 그건 그렇더라도 좀 천천히 가자.
빨리 와 시간 없어...
하긴 우리는 오후에 올라가는 것이라서 시간이 없긴 없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녀석 뭣에 홀렸지...

그렇게 정상을 거의 올라갔답니다.
어어....
이자식이 이젠 길도 아닌 곳을 헤집고 내려가고 있네요.
드디어 태백산 골짜기에 미아가 하나 아니군 둘 생기려나...
이판사판 이젠 포기다.
너를 놔 두고 나는 내려가겠다.

가 아니구.
저녀석을 내가 보호해야 돼.
그렇게 길도 아닌 곳을 발목까지 빠져들어가는 눈 밭을 헤매기를 한참.
어떤 작은 나무 앞에서 멈추더군요.
진달래같아 보이는데 잎이 떨어지지 않고 뒤쪽으로 말려 가지에 매달려 있더군요.

이름하여 만병초라 합니다.
그녀석의 만병초 때문에 얼결에 등산을 하였는데.
이건 등산으로 치나요?
힘은 무척 많이 들었음.

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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