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사는 이야기

아침 식사

날마다 추억 2017. 8. 21. 20:47

2004.04.24. 10:07 이전




많이 춥다.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아침을 사 먹으러...
마선생은 가게에 나가야 하니까.
달라 할 입장도 못 되구...

전에는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작심 3일이 아니라
평생 만져보지도 않던 음식을 해보니 어둔하기도 하려니와
나는 그래도 눈살미가 있어서 머든지 잘 할 같았는데...

가장 난처할 때는
이 놈들이 한 숟갈 떠보고는 다시는 숟가락이 오지 않을 때이다.
왜 그래?
그런데 내가 많든 음식은 맛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같은데 저놈은 입질도 안하려고 한다.

먹던 반찬을 생각하고
거기에 들어간 것이 머였는지 생각하면서
임마
마늘 미원 고추가루 파 다 넣었어...
저기 보니까 새우젖도 있어서 그것도 넣고...

맛있어 먹어...
맛 없어?
아뇨...
그럼 먹어...


너들이 맛있게 먹어야 힘이 날게 아니야...
이렇게 하여 주방장 사퇴를 하고 마니...

지금은 애들 방학이다.
저들이 저들대로 온갖 기교를 부려 온갖 반찬을 만들어 놓으나...
저들 입에 맞는 거지 내입에 맞나 머
이래서
열 효자보다도 악처가 낫다는 것을 깨우치는 거야.

그것마저도 아침에는 12시 거의 되어야 일어날 걸...
또 준다고 해도...
음 먹기도 어설프고...
썰렁한 식탁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먹어야 할 꼴이란...

자업자득...
하나를 더 얻기 위하여 하나를 잃으니...
돈은 좀 더 들어오나
오손도손 쳐다보는 기회가 적어졌으니...

그래서 식당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탕 종류를 좋아한다.
심지어는 재삿상의 탕도 좋아한다.
그래서 마선생은 재삿날 탕은 많이 만든다.

곰탕 설렁탕 선지국 해장국 순대국 매운탕 탕탕탕...
오늘은 선지해장국을 먹기로 했다.
힘들 일이 없으면 아침식사를 별로 하지 않지만
오늘은 힘든 일을 해야 하기에...

배추김치 깍두기 머 한가지 더 있는데 먹지를 않았더니 먼지 모르겠군.
선지해장국에 밥 한그릇 갖다 놓는다.
나는 또 잡탕을 좋아 한다.
숟가락 젓가락 옮겨가며 잡기를 싫어한다.
밥을 국에다 통째로 넣으며 잡탕을 만든다.
그리고 숟갈로 밥덩이를 으깨어 푼다.

됐다.
먹기 준비 완료.
왼손으로 신문을 펼친다.
오른손으로 숟갈을 잡는다.
시작...
한숟갈 퍼넣고 신문보고...

실은 이 소리를 하려고 시작한게 아닌데...
다시 쓸게...
밥을 국에다 떠 넣는다.
몽땅 비웠지만 밥풀이 그릇 주위로 묻어 있다.
예의 습관적으로 밥풀들을 꼼꼼히 뜯어내어 국쪽으로 옮기고 있다.
우리 부모들이 그랬듯이 나도 항상 아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난 이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는데...
꼼꼼히 밥풀을 뜯어봤자 소용없는 짓임을 깨닫는다.
그래도 나는 모두 때어내어 국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완료했다.
그리구 얼마의 국물이랑 밥찌꺼기랑 핏덩이랑 남겨 놓고 숟가락을 놓았다.
앞으로도 역시 밥그릇은 깨끗이 비워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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