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불없이 타는 휘발유

날마다 추억 2017. 8. 21. 20:01

2004.04.14



추석전 벌초를 했었다....

어머님 산소는 봉화군 물야면 숫골이라는 마을의 건너편 산에 있었다.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묘소렸다.

우리 조상님들의 산소는 20여기가 넘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 용상골 선산에 모두 모셔져 있어서

벌초하기가 쉽지만

나의 어머니 산소와 큰할아버지 산소는 봉화에 모셔져 있었다.

수년 전에 선산으로 이장을 했다.

큰할아버지 산소는 개봉하여 화장을 했다.

왜냐하면 무후이기 때문인데...

이 어머니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선 항상 새롭게 준비를 하고 가야했기에

많이 불편했다.

이날도 준비를 마치고 주유소에 들러 예치기에 쓸 휘발유를 샀다.

식수를 담는 프라스틱 병이 있었는데 두껑이 병둘레만큼이나 컸다.

이병에 휘발유를 사서 넣고 봉화로 향했다.

그래 어머니 묘소 아래 도착을 하여

준비물을 주섬주섬 내리는데

이 휘발유병을 위 두껑부분을 잡고 내렸다.

아!!!

그런데 병 두껑이 쏙 빠지면서 병이 떨어지려는 것 아닌가...

큰일이닷.....

휘발유 없으면 예취기를 돌리지 못하겠지.

떨어지려는 병을 순간적으로 잡았다.

그런데...

주둥이 넓은 병의 아가리가 나의 **쪽을 향하고 있었다.

넓은 아가리는 나의 대문 쪽으로 향해서 휘발유를 벌컥 쏟아내고 말았다.

아우.... 바지가 흥건하다.

그래도 오늘 쓸 휘발유는 건진 것이 다행이다.

했지만...

미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옷 속으로 스며든 휘발유가 나의 여린 살들을 마구 유린하는데...

아구우......

불이 붙은 가타...
(님들 자동차에 휘발유를 한 종지 정도만 가지고 오셔서 거시기에 부어 보세요.
그래야 저의 심정을 알 것임.)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마침 우리는 개울을 건너야 했는데.

나는 바지를 입은 그대로 물 속에 들어가 철푸덕 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허리띠를 풀고 개울물을 그 안으로 자꾸 들여 보냈습니다.

어이구... 어이구..... 이거 겪지 않았으면 고통을 모를 것입니다.

실험적으로 님들도 함 해 보세요. 네...(에걸조)

벌초하는 내내 그곳이 화끈거려 혼났습니다.

언제까지 화끈거렸는지는 잊어먹었네(한 몫 건망증)

아마 휘발유가 다 증발할 때까지 화끈거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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