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생각과 사고

당신 다리는 내 다리였어

날마다 추억 2017. 8. 22. 15:16

170731



작은 딸이 공휴를 맞아 집에 왔다.

통닭을 시켰다.

아들놈이 닭다리 하나를 덥석 집어든다.

작은 딸이 남은 다리 하나를 보고 그런다.

이건 아빠꺼.

니 먹어.

헉 괜한 소리했다.

지는 이제껏 닭다리 먹어본 적이 없데.


그때는 항상

하나는 내가 위엄 있게 잡고, 다른 하나는 큰 딸 세이프...

그러니 약한 자여 너는 작은 딸...

퍼석 고기 먹은 거 맞다.

아니 닭다리는 맛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컸겠다.


의례 부위별 임자가 있었으니

그냥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살았으리라.

가장 하순위자는 당신이었어.

당신은 남은 고기라도 있으면 먹어 주었지.


그런데 그것이 또 판도가 바뀌었다.

7년 후에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어떤 쪽이 맛있는지 아나 뭐.

주는데로 먹었지.

다리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었다.

이건 아빠꺼...

이러면 그 다리는 내꺼가 되었다.

오! 시키는데로 이행하겠나이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닭다리 쟁탈전에서 3파전이 형성되었다.

나, 큰 딸 그리고 아들...

아들이 군 재대한 후일까?

그런 같다. 고등학교 이후부터 기숙사와 객지생활을 했었으니

같이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것은 군재대, 대졸업후...


그런데 나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딸들도 시집가고 아들만 있는데

꼭 저 녀석이 먼저 다리를 집어간다.

나도 녀석이 많이 먹기를 바란다.


후에 어느날 마누라가 말했다.

자기는 집안 8남매 맏이여서 막강파워였데.

닭다리는 오직 자기것이었데.

시집오니까 서열 최고 꼬랑지...

흠... 웃픈 사실...

마누라가 먹어야할 다리까지 내가 다 먹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각오했다.

앞으로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만 시킨다.

아니면 봉만, 윙만...

당신에게 닭다리만 상납하겠나이다.

작은 딸 너에게도...


내가 밟은 굼벙이 아픔은 모른다.

그러나 밟힌 굼벙이는 너무 아프다.

자칫 죽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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