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추억 속으로

[바둑스토리]왕초보는 즐겁다.

날마다 추억 2017. 8. 21. 21:41

04.06.09




이렇게 하여 바둑에 입문을 하게 되는데

상대 돌 한 점을 들어내기 위해서는 내 돌이 네 개가 들어간다.

내가 네 개 놓을 동안 상대가 가만있을 리가 없지.

도망을 가면 속수무책이야.

초기에는 아다리 라고하는 일본용어를 썼는데 단수라는 말인데

하나만 더 놓으면 따먹겠다는 뜻으로 고수들은 이 말을 안 한다.

상대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그러나 중급들은 단수 말 안하고 따먹는다고

무척 싸우는 것을 많이 본다.

중급들은 단수를 불러줘야 맞는 것으로 생각들을 많이 한다.

원칙은 안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초보 때는 말을 안 한다.

상대가 알면 겨우 포위했는데 달아날까봐 두려워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새끼 호랑이가 먹이 사냥을 하기위해 웅크려 있듯이

서로 호시탐탐 노리면서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요행히 한 점을 따게 되면 ㅎㅎ 기쁘기 그지없다.

집이 누가 더 많고도 계산이 잘 안 된다.

목적은 오로지 상대의 돌을 들어내는 데에 있으니까.


이런 시절이 지나면서

신기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장문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그렇게도 잡으려고 따라다녀 봤지만

요리 조리 도망가던 것이

햐 요런 장문으로 인해 꼼짝 못하고 잡힌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장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고수가 되어도 쓰여지는 장문은 많다.

이 장문의 발견은 바둑의 유혹으로 빠져드는 수순이기도 하다.

바둑의 조화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해서

집에 들어와서 누워있으면

천정에서 바둑판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다시 대단한 발견을 하게 된다.

어 아무리 도망가도 계속 단수를 칠 수가 있네.

이게 그 유명한 축이다.

바둑과 축은

축과 바둑은

바둑의 묘미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이다.

축은 아주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자칫하면 생각지도 않던 축으로 해서 귀종한 요석을 뺏기게 되며...

어떤 분은 서로 고집스럽게 이쪽에서 저쪽까지 다 놓아보고

허탈하게 들여다 보거나

그 상대는 흡족한 미소로 응수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수를 모르면 놓아봐야지 머...

조금 상수인데도 잘못 읽어서 놓아봐야 겨우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그 나가는 길에 얽혀있는 돌들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참 축의 묘미는 과연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의 어떤 바둑책에는

축으로 전판을 매운 그런 것이 게재된 책도 볼 수 있다.

물론 축의 묘미를 다루기 위하여 만들어 본 것이지만


앞으로 다른 것도 많지만...

축을 알고부터는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축에만 걸려 준다면 장문은 몇 수가 투자된 것이라도 있지만

축은 뱀이 구불구불 가듯 가는 머리를 때리면 꼬부려서 우측

또 때리면 꼬부려서 좌측...

좌우지간 축을 모는 재미는 참 즐겁다.

서로 자기가 본 수가 옳다고 생각하고 나갈 때만은 서로가 기분 좋다.

그러나 한 쪽은 코피가 터지고...

그 타격은 워낙 커서 아마 그것으로 판은 끝날 것이다.


아직 초보라면 괜찮다.

따 낸 돌 속에 또 들어가서도 전투가 계속되니까.

참 재미있는 장면이쥐




 ####                            04.06.09. 09:48

스토리가 재미지군요..잘 읽었습니다..
 
 
 #####                            04.06.09. 10:20
재미있습니다.글 솜씨가 훌륭합니다.^^*
 
 
 ####                            04.06.09. 11:18
오..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릴께요..기원을 운영하셨었군요..캬..내꿈인디..
 
 
 ####                            04.06.09. 11:24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04.06.09. 14:08
재밌네요.^*^기원을 운영하셨다구요...그럼 글 많이 올려주세요.
 
 
 ##                            04.06.09. 17:30
너무 재미 있어요. 저를 보고 하는 말 같아요.. 지금 왕 초보라서 아무 것도 몰라 아무나? (아무 분?)이나 붙잡고. 매일 배우고 싶은데 그렇지도 못하구, 고개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있답니다. 그리구, 1판 정두 두고 나면 지면서두 머리가 아프구요 ㅎㅎ
 
 
 ######                            04.06.15. 21:53
참..재미있네요..바둑에 관한 글을 이렇게 미소지으며 읽은 글도 드물정도인듯하네요..다음에 또 꼭 속편 올려주세요..^^
 
 
 ######                            04.07.15. 12:36
대단하시네요~~ ㅎㅎ 바둑 책 들고 공부한지 이제 1주일 되가요~ 오늘 첨으로 이 카페 가입하고 왕초보 공부했습니다. 바둑채널 보다가 모르는 용어들 나와서 어려웠는데 여기서 알고 보니 잼있네요~ ㅎㅎ 글 잘 쓰십니다~
 
 
 #####                            04.08.08. 22:30
에... 그래서 즐거운건가요?;;; 돌따면 왜그리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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