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수분 보충해야…
장시간 산행엔 이온음료가 열량·염분 보충에 도움
“목이 마르기 전에 물을 마셔라.” 여름철 운동 시 수분 보충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런 걸까? 항상 그런 걸까?.
7, 8월 여름철 등산에서 탈수예방은 중요하다. 수년 전 필자는 여름에 잘못된 음식으로 배탈 난 상태에서 장시간 산행에 따라나선 적이 있다. 산행 내내 졸림과 무력감에 시달렸고, 후미로 처져 동반자들에게 걱정과 누를 끼쳤다. 다행히 무사히 하산했다. 산행 후 집에 와서 체중을 재보고서야 많지 않은 필자의 몸무게에서 3kg 이상 줄어든 것을 알았고, 등산 중 느꼈던 무력감의 정체가 탈수현상 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배탈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도 여름철에는 등산 중에 탈수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성인의 몸에서 물은 55~70%를 차지하며, 일상 활동에서 체열을 냉각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한편 피가 근육과 다른 장기에 영양분과 전해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해질은 근육수축에 필수적인 물질이며, 전해질 불균형이 오면 의식 저하, 근육경련 등을 유발하고 더운 날씨에서는 일사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성인은 하루에 호흡과 소변 등을 통해서 8~10컵의 물을 몸 밖으로 내보 내며 여름철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고 신체적 활동까지 더해진다면 수분 배출량은 훨씬 증가하게 된다. 건강한 성인도 어느 정도 탈수가 진행되기 전까지 갈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갈증은 수분 보충 타이밍의 적절한 신호로 볼 수 없다.
탈수에 대해 인체가 갈증을 느끼는 시각은 실제로는 2% 이상의 탈수가 진행된 후이며, 5%만 탈수가 생겨도 인체는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심지어 탈수가 시작되면 인체는 필수적이지 않은 장기에서부터 물을 징발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갈증이 덜해지기까지도 한다. 하지만 탈수현상과 예방법에 잘 안다면 여름철 등산도 겁낼 필요는 없다. 탈수, 탈진 예방을 위한 올바른 수분 보충, 에너지 보충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출발 시 체중을 미리 측정한 후 체중의 감소량을 파악해 소실량을 파악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산행 중에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소변의 양과 색깔을 살펴본다. 소변양이 많고 색깔이 투명하다면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분 보충 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안 좋아
우선 산행 서너 시간 전에 한두 잔의 물을 마셔두는 것이 좋으며 중간 중간에 틈틈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레몬이나 라임 같은 과일을 약간 희석해 알칼리화시키면 흡수속도가 약간 빨라질 수도 있다. 두세 시간 미만의 짧은 산행이라면 물만 마셔도 충분하지만 서너 시간 이상 지속되는 산행이라면 이온음료가 열량과 염분 보충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수분 보충 시 많은 음식과 함께 물을 마시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에 의해 소화효소가 희석된 채로 음식이 장으로 넘어가면 여러 가지 소화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보다는 어린이나 노약자가 탈수에 빠지기 쉬우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이뇨제 등의 혈압약, 과잉행동장애 치료약제 등도 탈수를 유발 하는 위험요인이다. 혈압약을 포함해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주치의 에게 탈수를 포함해서, 자신이 먹는 약으로 인한 여러 위험요소들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정상에 올라서면 좋은 경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산행한 동료
들과 정상주라 하여 몇 잔의 술을 마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한두 잔의 술이야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하면 안전사고로 이어 지기도 하고, 특히 여름철 산행에서 음주는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은 증발이 잘되다 보니 수분도 같이 증발시키는 경우가 많고, 또 알코올을 분해하려면 그만큼 많은 물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은 이뇨작용을 해서 소변량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여름철 산행에서의 음주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도 일시적인 혈압상승, 이뇨작용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이제 적절한 영양보충에 대해 살펴보자.
탄수화물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근육의 에너지원인 글루코스로 분해
되므로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영양소다. 글루코스는 체내에서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되어 있으며 여름철 등산처럼 힘든 운동 시에는 저장량은 1~2시간 내에 전부 소모된다. 빨리 흡수되는 사탕, 포도당 등 단당류보다는 밥, 과일, 야채 곡류 등 다당류 식품이 좋다. 출발 전에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중간 중간 보충한다면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최대한 오래 보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4시간 이상의 산행이라면 출발 전 약간의 염분을 보충해 두는 것도 좋다. 만약에 기저질환으로 저염식을 하고 있다면 미리 주치의에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물 섭취 땐 물중독으로 사망할
수도
여름철 산행에서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또한 탈수만큼 위험한 일이다.
지난 수년간의 연구에서 여름철 마라톤대회 이후 저나트륨혈증, 즉 지나 치게 물을 많이 섭취해서 발생하는 물중독(water intoxication)으로 사망한 경우가 보고되면서, 지나친 수분섭취의 위험성이 점차 많이 언급되고 있다.
수 시간 이상 지속되는 운동 시에 탈수와 함께 지나친 수분 보충의 위험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이후에 발표된 내용이다.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동의를 얻어 대회 전후 체중검사, 피검사를 통해 러닝 중 적절한 수분보충이 이루어졌는지 연구했다. 놀랍게도 13%가량의 참가자에서 지나친 수분 보충으로 물중독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보스턴마라톤대회는 마라톤 경험이 풍부한 유경험자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운동의 경험이 많은 사람도 어떻게 얼마나 많은 양의 수분 보충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잘못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약하면 무조건 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 또한 탈수만큼이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분 보충의 원칙에는 최근 들어 약간의 변화가 오고 있는데,
운동 시작보다 체중이 더 증가할 만큼의 수분보충은 오히려 기능을 떨어 뜨릴 수 있고, 심지어 운동에 숙련된 사람에게는 약간의 탈수상태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탈수에 대해 결론을 내려 보면, 체중이 유지될 정도로 적절하게 수분을 보충하되 지나치게 많은 수분 보충도 경계해야 한다. 여름철 무리한 산행을 택하기보다는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 자신의 느낌과 방법으로 수분 보충의 요령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 |